와인과 위스키 같은 다양한 주류의 등장과 더불어 또 하나 주목 할 분야는 무알콜-저알콜 주류의 성장과 제로 칼로리 음료의 등장이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마트와 편의점의 음료 코너에서 제로 칼로리 음료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과거에도 코카콜라 제로와 같은 제로 칼로리 음료는 존재했었지만, 지금처럼 분야를 막론하고 소비자들이 주목했던 적은 없었다.
제로 칼로리 음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늘어난 현상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소비자의 관심과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건강에 대한 사회적, 개인적 관심의 증대이다.
또 건강을 위해 다른 즐거움들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과 즐거움을 모두 만족시키는 선택을 소비자들이 원하기 때문에 이런 수요에 맞게 공급 역시 이루어지고 있다.
건강을 중요시 하지만, 모든걸 포기하고 절제만 하기에는 맛있는 것들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 요즘 같은 더운 날씨에는 달콤하고 시원한 탄산음료 한잔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필자가 군대 훈련소에 있을 때 가장 간절했던 것이 시원한 콜라였다.
트렌드 코리아 2022(미래의 창)는 올해의 한국사회 트렌드를 대표할 10대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를 선정했다.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는 건강(Healthy)과 기쁨(Pleasure)을 결합한 합성어인데 건강을 위해서 어떤 기쁨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과 기쁨 두가지를 모두 가질 수 있는 방식의 라이프 스타일을 의미한다. 이러한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라이프는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로 대표되는 소비, 라이프 스타일 트렌드는 특히 음료, 주류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까지 술은 건강과 항상 대척점에 서 있는 존재였는데 어떻게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의 트렌드와 접점을 가지고 있는걸까?
현재 음료 시장에 “칼로리” 제로가 있다면 주류 시장에서는 “알코올” 제로가 확산되고 있다. 유럽 주류시장에서는 이미 “NoLo(No & Low Alcohol)”라고 하는 무알코올-저알코올 주류가 자리를 잡고 있다. 한국도 유럽보다 결코 느리지 않다. 2021년을 기점으로 무알콜 맥주와 같은 “NoLo (No & Low Alcohol)”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을 많은 소비자들은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해외의 상품들 외에도 국내의 주류기업들도 앞다퉈 발빠르게 “NoLo” 상품들을 출시하고 있어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관심있는 소비자라면 이러한 변화를 눈치챌 수 있을 정도다. 또 과거에는 대형마트에서나 볼 수 있었던 “NoLo” 상품들을 이제는 집 앞 편의점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었고 무알코올 맥주 시장을 필두로 무알코올 와인, 무알코올 진, 무알코올 위스키까지 기존 주류의 편견을 깨는 새로운 변신은 계속 되고 있다.
과거 한국 사회에서 음주는 미식이나 취미, 선호와 같은 긍정적 영역보다는, 주로 부정적인 관념을 내포하고 있었다. 음주로 인한 각종 사건 사고와 알코올 중독과 같은 사회 문제들의 주범 중 하나가 음주였고, 항상 자제하고 금지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헬시플레저”를 이끌어 나가는 MZ 세대를 중심으로 음주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음주를 개인의 선호와 취향 차원에서 접근하고, 일상을 다양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줄 하나의 요소로 여기게 되었다. 맛과 향을 즐기고, 분위기를 즐기며 건강을 해치지 않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만큼의 음주를 즐기고 싶어한다.
소비는 단순한 경제의 영역을 넘어서 그 시대를 대표하는 의식, 문화, 정체성과 같이 다양한 것들이 표출되는 행위이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는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소비 방식과 욕구의 다양화, 개인 선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의 확산 등 복합적인 사회 현상이 결합해 제로 칼로리 음료와 제로 알코올 주류의 등장, 확산을 낳게 되었고, 앞으로 이러한 트렌드는 다양한 방식으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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